패러디/은혼

타카스기 신스케

달月 2012. 7. 26. 23:33

2009.12.13

네이버 원문:http://blog.naver.com/fineliya89/140096458614

 

01.

 

그곳은 어두웠다. 가느다란 빛을 찾아내지 못 할 정도로 어두운 곳이었다. 모든 것이 이질적이었다. 좁아진 시야로 보이는 것은 오직 뚜렷한 흑의 세계였다. 느긋하게 담뱃대를 물고 익숙해진 어둠 속을 응시했다. 어둠 사이로 끈적한 향이 퍼졌다. 끈적한 소리가 울렸다. 질퍽한 액체를 튀기고, 또 튀긴다. 익숙하기 때문에 감흥이 없는 것들이다. 담뱃대에서 입을 떼어 그 사이로 희뿌연 연기를 흘려보냈다. 잘게 찢긴 구름 조각 마냥, 연기는 하릴 없이 흩어졌다.

 

이 얼마나 덧 없는 것인가.

 

흩어지는 담배 연기도, 짓밟히면 스러지는 들꽃도, 칼로 쉬이 베이는 인간이라는 것도, 너무도 연약하지 아니한가. 그들이 존재했다는 증거보다,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는 것에 치중하여 탁해진 빛은 처연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동정심 따위는 없다. 동정할 가치조차 없는 처연함에 비소를 흘릴 뿐이다.

 

이 어둠 뿐인 곳에서도 빛나는 존재는 있었다. 어둠이 존재했었단 사실을 모르게 할 정도로 투명하고 강한 빛무리였다. 그랬기에 어둠은 더욱더 짙었고, 수렁처럼 질척였다.

 

그 빛을 앗아간 건 무엇인가.

빛이 그토록 아끼고 지키고 싶어하던 것이, 빛을 앗아갔다.

 

그 분을, 죽였다.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 살아갈 세계를 가르쳐 준 그 분을 세계가 앗아갔다.

 

그러니 나는 이 세상에 싸움을 걸어, 세계를 때려 부순다.

그것이 당연하지 아니한가. 지금은 그것만이 나의 살 길인 것을.

 

다른 녀석들이 어떤 지는 상관 없다. 이것이 내가 갈 길이라는 것만이 중요하다.

 

그래, 타인은 상관 없다.

 

나는, 그저

자신의 정의에 따라 이 나라를 부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