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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SS

녹음x그림


+) 뱅기 놓친 치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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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은 눈을 한 번 깜박였다.

구부정한 등. 슬렁슬렁 걷는 걸음.


-사랑이네.


아는 척을 할까 하다가 그의 뒤를 살금살금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산만할 것 같았던 사랑은 의외로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죽 걷고 있었다. 어디까지 가는 걸까.

10분 정도를 걸었음에도 고개 한 번 안 드는 집요함에 재원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사랑의 앞에 무릎정도 오는 차량 방지 막이가 보이고, 횡단보도의 불이 빨간 불로 바뀐다. 그럼에도 사랑은 곧장 걷고 있었다. 재원의 얼굴이 희게 질리며 사랑의 허리를 낚아챘다. 아슬아슬하게 차 한대가 훅 스쳐갔다.


"..어? 재원아."


재원은 제가 다 숨이 가쁜 것에 미간을 왈칵 찡그렸다. 이어폰을 꽂고 영상을 보며 걷던 모양이었다.


"미친, 너 똑바로 확인 안 하냐? 너 방금 치일 뻔 했거든?"

"..어, 그렇네."


뭐 좀 본다고.. 민망한지 말끝을 우물거리며 시선을 피하는 그를 보자기 기운이 쭉 빠졌다.


"병신아, 그림 그린다는 놈이 몸을 그렇게 함부로 쓰냐."

"..미안."

"뭘 보는데 그렇게 넋을 놔?"


내놔봐. 재원이 사랑의 폰을 뺏어들었다. 사랑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앗 시발 담부턴 안 할거니까 내놓으라고! 방방 뛰는 녀석이 귀여워 속으로 한 번 웃은 재원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영상을 재생했다. 그리고 이내 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씨발.."

"이거.."

"닥쳐라.."


사랑이 그리도 집중해 보던 것은 재원의 첫 음원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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