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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SS

녹음×그림


+) 치리 기운내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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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랑이 우울해보인다. 재원은 무슨 일인가 싶어 대화를 여러번 시도했으나, 사랑은 그 때마다 별 일 아니라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bj님 오늘 되게 우울한듯

-먼일 있음?


"좋아하는 녀석이 힘들어 보이는데 말을 안 해주네요. 한숨만 푹푹 쉬고."


-그거 누구 썸 타서 그러는 거 아님?


"....네?"


-글찮음.

-bj님 같은 남자 두고 딴남자한테 눈이 돌아감?

-여자가 잘못했네
-bj님 그런 애 두고 저랑 사겨여


혼란스러운 대화창의 내용이 의미없이 죽죽 올라간다. 재원의 머리가 뒤죽박죽 섞였다.

진짜 누구 좋아하는 녀석이 생긴 건가?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칠게요. 죄송합니다, 여러분."


재원은 급히 방송을 종료하고 겉옷을 집어들었다.


오늘은 담판을 지어야지.



>



"이 새낀 왜 전화를 안 받아?"


재원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열번째 거는 전화가 묵살되니 슬슬 인내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때 재원에게 푹 박혀드는 무게감이 있었다. 한껏 짜증이 난 재원이 품에 있는 것을 밀치려고 했을 때였다.


"헉..허억.. 재원..아."

"...윤사랑?"


그가 그리도 찾던 사랑이 제 품에 있었다. 체력도 고자인 게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숨을 몰아쉬는 게, 꼭 누구에게 쫓기는 것 같다.


"야, 너.."


자초지종을 물으려던 재원은 갑자기 사랑이 제 뒤로 숨는 것에 당황했다. 어, 윤사랑? 그와 동시에 얼굴이 맛 간 남자가 소리를 빽빽 지르며 재원의 앞에 섰다. 정확히는 사랑이 목적인 듯, 으르렁거리는 얼굴로 재원의 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재원은 호락호락하게 사랑을 내줄 정도로 약하지도, 호구이지도 않았다.


"뭡니까?"


재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의 손을 쳐냈다. 남자는 재원을 보더니 한층 더 인상을 찡그렸다.


"너야말로 뭔데?"

"이 녀석 친굽니다만."


재원은 사나운 인상의 남자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리고 설명을 요구하는 듯, 사랑에게 힐끔 시선을 주었다.


"그..게. 후우, 최근들어 쪽지랑 메일로.."


사랑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사랑이 그리는 그림의 팬이라고 쪽지와 메일을 표창처럼 던지던 놈이 어느 순간 집착의 화신이 되어 그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테러를 시작했고, 동시에 협박을 서슴치 않았으나 사랑은 무시했다. 그리고 해킹으로 집주소를 알아낸 미친놈에게서 도망치는 중이었다고.

재원은 기가 막히단 얼굴로 스토커를 보았다.


"당신, 이거 범법인 거 모릅니까?"

"씨발, 그러니까 왜 잘 그리던 AA말고 DG를 그리고 지랄이야! 당신한텐 AA가 최고로 잘 어울린다고!"

"...어디서 저런 미친놈을."

"나라고, 좋아서."


사랑은 잔뜩 긴장한 채 재원의 뒤에서 가쁜 숨을 골랐다. 몸을 부풀린 고양이 같다. 그와중에 썸타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니었단 사실에 그저 기뻤다. 재원은 심드렁한 얼굴로 폰을 들었다.


"내 친구한테 지랄 말고 어서 꺼지세요.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하, 웃기네. 이런 일로 경찰이 올 거 같아? 그리고 난 경찰 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문제 없거든? 무고죄로, 씨발. 그래 무고죄로 내가 너네 고소할 거야."


고소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오자 사랑이 재원의 옷을 꾹 쥐어 당겼다. 문제 생기면 어쩌지. 걱정이 얼굴에 만연한 사랑을 보며 재원은 웃었다.

아, 귀여워.

물론 그와 별개로 재원은 문자 전송을 마친 후였다.


"그럼 고소하시던가요. 그쪽만 아는 사람 있는 거 아니거든."


가자. 재원이 사랑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사랑은 벙 찐 얼굴로 재원의 손에 이끌리면서도 걱정이 되는지 뒤를 힐끔거렸다. 분에 못이긴 듯 남자가 길길이 뛰는 모습은 곧 인파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너 뭐 한 거야?"

"아아. 음, 뭐. 방송 이벤트."

"??"

"**거리에서 인증 하면 노래 하나 찐하게 라이브로 뽑기로. 참고로 저새끼 특징을 썼거든."


SNS는 대단하지? 후련하게 웃는 재원을 보며 사랑은 긴장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일진 한 번 더럽다 싶었지만 다행히 무사하다. 그러면 된 거지.


"윤사랑, 뭐 먹을래?"

"콜. 네가 사냐?"

"은인한테 니가 사야하는 거 아니냐?"

"미친.."


둘은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신나게 낄낄 거리며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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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x그림  (0) 2015.08.09